지난 20일 오후께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2만 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심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에는 2만 달러 초반 대에 형성된 풋옵션 수요, 중국발 비트코인 물량 시장 공급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3만달러 아래를 뚫고 내려갔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가상화폐 관련 규제 강화를 잇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 코로나 확산으로 위험 자산(시장이 불안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자 비트코인도 기세가 꺾였습니다
비트코인이 급등했습니다가 폭락한 2017~2018년처럼,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도래했던 비트코인 ‘시즌 2’가 허무하게 막 내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투자자 사이에선 번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다른 가상화폐 가격은 보통 더 큰 폭으로 내려갑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2일에 이어 지난 20일 다시 한번 3만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20일에 전일보다 7% 가까이 하락하며 2만9600달러까지 미끄러졌다. 3만달러가 아래로 뚫리면 비트코인을 비교적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가격이 통상 반등하기 때문에 이 선은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번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올라 21일 오후 4시 기준 3만850달러에 거래 중입니다. 하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반등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달 22일엔 비트코인이 2만달러대에 진입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3만달러 선을 회복했는데, 이번엔 약 12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가격이 간신히 3만달러를 넘었다. 또 지난달엔 2만달러대 진입한 다음 날 가격이 3만2000달러를 회복했지만 이번엔 3만1000달러도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반등 속도와 폭이 확실히 줄어든 것입니다.
지난해 초 약 7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엔 6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락해 최근엔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3만달러 언저리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시즌 1’이 펼쳐진 2017년 초 약 9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약 1만4000달러로 급등했으나, 거품이 꺼지듯 가격이 폭락해 2018년 말엔 가격이 4000달러 아래로 주저앉았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악재 두 개가 겹치며 발생했습니다. 주요국의 관련 규제 강화와 델타 변이 코로나로 인한 시장의 공포 심리 확산입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미국의 강력한 규제에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 지연에 따른 실망감, 델타 변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위험 자산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3만달러 선이 재차 붕괴됐다”고 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올해 들어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나오면 가상화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9일 “스테이블코인(달러 등과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틀을 신속히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투자자에게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의 승인을 계속 미루는 것도 비트코인엔 악재다. 자금 세탁 등을 막기 위해 암호화폐의 익명 송금을 규제하겠다고 막겠다는 유럽연합의 20일 발표도 가격을 끌어내렸습니다.
중국발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의 한국 법인 후오비 코리아 측은 중국 채굴자들의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에 풀린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채굴 규제뿐만 아니라, 거래 제한과 자국 내 대형 비트코인 커뮤니티 폐쇄 등 강경책을 이어가면서 비트코인 보유 중국인들의 공포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는 것입니다.
최진영 후오비코리아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매도량이 전체 매도량의 절반이 넘기 때문에 중국 규제 압력이 수면 위로 가시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면서 "개인과 기관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적은 매도량만으로도 급락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의가 필요합니다"고 말했습니다.
21일 비트코인 가격은 3만달러 위에 턱걸이하는 데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가격 하락을 불러온 변수들이 조만간은 없어질 가능성이 작아, 적어도 단기적으론 추가 하락이 불가피합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델라노 사포루 뉴스트리트어드바이저 고문은 “비트코인의 고난은 앞으로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며 가격이 지난해 말 수준인 1만7000~2만200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 있습니다”고 CNBC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일 발표한 연구 노트에 “비트코인 투자엔 투기적 자금이 많이 몰려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부풀려진 상태다. 비트코인이 지속 가능한 가치를 확보하려면 제대로 된 효용을 증명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